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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이응준 작가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감상 글 1

by 벼나무 2024.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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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을 4년 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추천해서 한 권씩 2~3주마다 읽으며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이번에 선택한 책은 인터넷 카페에서 누군가 추천해 준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이다. 지난 독서모임 도서가 700페이지를 넘는 책이어서 이번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읽고 싶었다. 독서모임 중에 산문책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나의 성향에 힘입어 야심 차게 책을 펼쳐서 읽는 순간 이응준 작가란 사람이 자신은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음... 나와 결이 맞지 않아 뭔가 우울한 글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쉽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독서모임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었지만 어떤 책이든 배울 것이 있었고 유익한 점이 항상 있었다. 적어도 그 분야에서는 나보다는 전문가일 테니까. 어떤 것에든 장점을 찾아내는 나의 재능이 발휘된 것인지 모르겠다. (누군가 자신의 장점이 궁금하다면 나에게 물어보라. 100% 찾아낼 자신이 있다.)
 
 예상과 다르게 나는 이 책에 빠져들고 있다. 읽으면서 좋아하는 구절에 인덱스용 스티커를 색깔별로 붙이고 있는데 책이 점점 털이 달린 뭔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 좋아하거나 인상 깊은 부분에 노란색 인덱스 스티커를 붙인다. 독서 모임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싶은 부분(발제문)은 빨간색으로 색깔을 구분해서 붙이고 있다. 읽다가 어떤 좋은 생각이나 깨달음 같은 것이 있으면 핸드폰 독서 앱에 기록하기도 한다. 한번 더 들여다보고 되새기고 싶은 구절이나 단어, 내용이 많다 보니 핸드폰보다는 노트북에 자판을 두들기며 적는 것이 효율적인 것 같아 정리해보려 한다. 

 

지금까지 3분의 1 정도를 읽었는데 독서모임용으로 재빨리 읽어버리지 않고, 차근차근 천천히 글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 초긍정적이며,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전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이응준 작가 글의 매력에 푹 빠진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며 읽고 있다. 다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게 되지 않을까?

 

39쪽 "토토야, 너는 죽었다",라고 가끔 허공에 일러주라고 말했다.'

이승에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너무 그리워해서 놓아주지 않으면 죽은 사람이 자신이 죽은 줄 모르고 계속 이승에 머문다고 한다. 그래서 죽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려주며 이승을 떠나도록 해줘야 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죽음'에 대한 고찰이 꽤 많이 나온다.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력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편이다. 그런데 누군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해 본 사람에게는 함부로 공감을 하지 못할 것 같다.  

 

39쪽 "사랑한다. 널 잊지 않을게, 너도 나 잊지 마. 다시 만나자."

나는 종교적으로 사람이 죽은 후에 영의 세계에서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 사람이 죽은 후에 먼지처럼 사라진다고 하면 이생이 얼마나 허무할까? 그냥 하고 싶은데로 다 하다가 먼지처럼 사라지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사람이 그런 의미 없이 사라져 버리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려고 이 세상에 온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죽은 면 육신은 땅에 묻히지만, 우리의 영 soul은 영의 세계 spirit world라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작가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모두는 죽음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죽은 후에 (이승에서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해 매우 슬펐던 시기를 지나) 그분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이별은 잠시지만 만남은 영원할 것이라고...

 

41 "나는 해안가를 걸으며, 개의 주인이라는 것과 개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짐승과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이라는 짐승에 대해 생각했다. 짐승과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이라는 짐승에 대해 생각했다. 개라는 불쌍한 천사에 대해 생각했다."

작가가 사람을 짐승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교류를 했길래 사람을 짐승이라고 표현하는 걸까? 앞으로 책을 계속 읽으면서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작가의 표현이 과격하지 않아서 좋다. 보통 누군가에게 개 XX라는 말을 할 때는 분노에 찬 큰 목소리가 생각이 나거나 무척 화가 난 상황이 연상이 되는데 이 글에서는 차분함이 느껴진다. 비록 짐승이라는 단어가 놀랍기는 하지만 말이다. 

 

42 "나는 무언가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신들처럼 느껴지는 저 삼나무들이 책이라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다 읽어 버리고 싶었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마치 나는 최면에 걸린 것처럼 지금 이 책을 그렇게 읽고 있다.  "앞으로 너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다 읽어 버리고 싶어 질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43" 나는 악한 행동이 내게 와도 반응하지 않으며 독송을 하고 진언을 외우듯 한 편의 시를 한 줄 한 줄 머릿속에서 묵독했다." 

사전에서 독송이라는 말을 검색해 본다. 독송: 소리 내어 읽거나 외움, 진언:진실하여 거짓이 없는 말이라는 뜻으로, 비밀스러운 어구를 이르는 말.
작가의 이 글을 읽고 나도 좋아하는 글이나 시를 암기해야겠다는 생각이 찐하게 든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말이나 다짐을 새롭게 기억하는 말등 말이다. 여러분에게도 혹시 그런 말들이 있나요?

 

44 "당신의 마음은 깊은가? 우리의 마음은 서로의 상처를 알아볼 정도로 깊은가? 누군가 내게 그렇게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

사람의 마음에는 깊이가 있다?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알아볼 수 있는 정도가 그 척도가 된다? 어떤 사람의 상처를 알려면 대화를 해보지 않고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은데 혹시 작가님은 그냥 보고도 그 사람의 상처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는 걸까? 대화를 하다 보면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직 들을 준비가 안되었는데 말이다. 내가 공감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러는 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질문을 잘하는 나의 능력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사람들한테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작가님과 다르게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점들을 배우고 알게 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마음의 깊이가 꽤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상처를 알아본다기보다 질문을 잘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잘 털어놓게 만드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난 다른 사람의 상처를 듣거나 나의 상처를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한 두 번 말해봤더니 그 사람이 나를 만날 때마다 내가 했던 나에 대한 물어본다. 난 이미 상처에서 벗어나 상처받은 만큼 성숙해졌고 성장했는데 말이다. 그들의 질문은 나를 과거의 상처 입은 상태로 끌어내리는 것 같아서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사람들에게 나의 상처나 관련 말들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에게 자신의 상처에 대해 말했던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그것에 대해 내가 먼저 말하는 일은 절대 없다. 그냥 평범하고 행복하고 일상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처럼 대한다. 난 그것이 좋다.